[현장 카메라]간척지 뒤덮는 태양광 패널

2021-06-07 1



현 정부가 공을 들여온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핵심 중 하나가 태양광 산업인데요.

특히, 서해안쪽 간척 농지에 태양광 설비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습니다.

그 자리에서 벼농사를 짓던 임차 농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.

권솔 기자의 현장카메라 시작합니다.

[리포트]
전남 목포·영암·무안군에 걸쳐 이어진 영산호 인근 간척 농지.

검은색 태양광 패널이 빽빽하게 설치됐습니다.

공중 촬영으로도 다 담을 수 없는 규모입니다.

[권솔 기자]
좁은 논두렁 길을 따라 양쪽 모두 원래는 곡식을 키워냈던 논밭이었는데요. 지금은 태양광 패널이 깔려있는 곳이 더 많습니다.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로 늘어난 태양광이 농민들의 땅으로 들어오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요. 쟁점은 무엇인지 현장으로 갑니다.

주민 3백여 가구 대부분 농사를 짓고 살았던 전남 영암군 학산면.

논 주변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립니다.

[현장음]
쿵- 쿵- 쿵-.

[한국전력 관계자]
"(전봇대 세우는 거예요?) 네. 우리 여기로 쭉 (작업하러) 갈 건데."

전봇대들이 수북히 쌓여 있고, 포크레인은 논 가운데를 가로 지르며 태양광 패널을 설치중입니다.

저 패널들이 만들 전기를 내보내기위한 전봇대들인 것입니다.

[권솔 기자]
"400m 정도 오는 동안 전봇대가 50개 가까이 있었거든요. 이장님. 태양광 발전소 시설이 들어오기 전에는 이런 전봇대가 있었나요?"

[최도선 / 전남 영암군 학산면 은곡리 이장]
"전혀 없었습니다. 주민들의 동의가 하나도 없었어요."

주민 셋 중 한명은 논을 빌려 농사짓는 임차농들.

지주들에게 그동안 1년에 3.3㎡당 천원씩을 줬는데 태양광 업체들이 지주들에게 최대 그 10 배를 주겠다고 나서자 지주들은 임차농민을 내쫗고 태양광 업체에게 땅을 빌려주고 있습니다.

지주들은 환영합니다.

[김옥순 / 영암군 미암면 지주]
"20년 계약하니까 우리처럼 자기 논 가진 사람들은 좋고. 거기서 (매년) 2700(만 원)을 주니까. ."

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반대합니다.

[영암군 미암면 농민]
"저희는 농기계를 다 갖추고 있기 때문에 태양광이 들어선 게 이윤이라고 볼 수가 없어요."

[최송순 / 영암군 삼호읍 농민]
"시골 사람들은 굶어 죽어요. 이대로 가면. 농촌 사람은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저렇게 태양광으로 다 해버리면 어떡해."

태양광 설비가 농사에 방해를 준다고도 호소합니다.

[신양심 / 태양광 대책위 공동대표]
"주변에 태양광이 들어서면 드론으로 농약 처리를 못 하니까. 사방이 태양광으로 다 붙어있다? 열이 나서 작물이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."

[권솔 기자]
"논에 물을 대기 위한 수로입니다. 깨끗한 물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는데요. 반면 태양광 판넬이 설치 된 지역의 수로는 어떨까요?"

[최도선 / 전남 영암군 학산면 은곡리 이장]
"(지금은) 관리가 안 되니까 이런 데가 다 막히는 거야."

간척 농지에 태양광 설치가 가능해진 건 지난 2019년 농지법 개정때문입니다.

논 바닥 아래 60에서 30센티미터 지점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소금 성분이 나오면 '염해 농지'로 판정받아 태양광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.

이 기준에 따라, 태양광 설치를 신청한 간척 농지들의 95% 가 가능 판정을 받았고, 그 면적은 법 개정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여의도의 8배 규모입니다.

[최도선 / 전남 영암군 학산면 은곡리 이장]
"살 수 있는 터전이 없어요. 너무 힘들어요. 살아가는 게."

[신양심 / 태양광 대책위 공동대표]
"농민들이 어디가서 먹고 사냐 이거죠"

[권솔 기자]
태양광 설치는 지난해 역대 최대 폭으로 급증했고, 올해도 농촌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데요, 태양광 사업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고 밀려나는 주민이 없도록 해법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.

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.

권솔 기자 kwonsol@donga.com

PD : 김종윤·석혜란